행정
이 사건은 주거용 오피스텔 및 상가 건물의 전 관리인인 원고 A가 새로운 관리인과 관리위원단 대표위원의 선임 결의가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원고는 새로운 관리인 측이 제출한 위임장이 포괄적이어서 무효이며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하여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임장이 비록 포괄적일지라도 유효하며, 선거관리규정 위반 주장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위임장 제출 없이 이루어진 9개의 투표는 무효로 보았습니다.
원고 A는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집합건물의 관리인 또는 관리인 직무대행자였으나, 2021년 10월 25일경 1/5 이상의 구분소유자 동의를 얻은 B관리단 준비위원회의 요청으로 임시관리단집회가 소집되었습니다. 이 임시관리단집회는 2021년 12월 30일 개최되었고, 여기서 F가 관리인으로 선임되고 새로운 관리위원단 대표위원들이 선출되었습니다. F는 다음 날인 12월 31일 원고 A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요청했으나, 원고 A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 관리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에 F와 피고 B관리단은 원고 A의 관리업무 방해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인용하여 가처분 결정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원고 A는 임시관리단집회의 관리인 선임 및 관리위원단 대표위원 선임 결의에 하자가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여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새로운 관리인 및 관리위원단 대표위원 선출에 사용된 위임장이 특정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위임된 것이므로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새로운 관리인 측이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가가호호 방문하여 위임장을 받은 것이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 및 개인적 사문서를 통한 득표 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위 위임장 및 선거관리규정 위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임시관리단집회에서 이루어진 관리인 및 관리위원단 대표위원 선임 결의가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가 제기한 주위적 청구(총회결의 무효 확인)와 예비적 청구(총회결의 취소)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2021년 12월 30일 개최된 임시관리단집회에서 이루어진 관리인 및 관리위원단 대표위원 선임 결의는 유효하다고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위임장에 특정 후보자가 기재되지 않고 포괄적으로 의결권이 위임되었더라도, 법령에서 대리인의 의결권 행사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대법원 판례에서 사전적·포괄적 위임이 가능하다고 보는 점을 들어 해당 위임장 429표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위임장 없이 대리투표된 9표는 무효로 보았습니다. 또한 F 측이 위임장을 수령한 행위가 선거운동 기간 전이었다 할지라도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로 볼 증거가 없고, 개인적 사문서 활용 금지 규정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결정족수는 충족되었고 선거관리규정 위반도 인정되지 않아 총회결의의 무효나 취소 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의 여러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38조 (결의방법): 관리단집회의 의사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과반수로써 의결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유효한 위임장을 통한 대리투표를 포함하여 결의정족수를 충족하였으므로, 관리인 선임 결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집합건물법 시행령 제15조 (의결권 대리행사): 대리인은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에 의장에게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을 제출해야 하며, 대리인 1인이 수인의 구분소유자를 대리하는 경우에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을 대리할 수 없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위임장 제출 없이 이루어진 9개의 투표는 무효로 판단되었으나, 나머지 429개의 대리 투표는 이 규정의 대리 인원 제한을 넘지 않고 적법하게 제출되었다고 보아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점이 포괄적 위임장을 유효하다고 본 근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42조의2 (집회의 결의 취소 등): 구분소유자는 집회의 결의 내용이나 결의 방법이 법령 또는 규약에 위반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소로써 그 결의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이 조항을 근거로 예비적 청구(결의 취소)를 하였으나, 법원은 위임장의 하자가 없고 선거관리규정 위반도 인정되지 않아 집회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규약에 위반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판례 (2012. 11. 29. 선고 2011다79258 판결, 2014. 1. 23. 선고 2013다56839 판결, 2015. 10. 15. 선고 2013다207255 판결 등): 대법원은 의결권의 위임이나 대리권의 수여가 반드시 개별적·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집합건물법에서 의결권 대리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의결권의 행사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에 국한하여 위임해야 한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으므로, 의결권의 사전적·포괄적 위임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판례의 법리는 이 사건에서 특정 후보를 명시하지 않은 위임장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핵심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집회에서 의결권 위임은 반드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에 한정될 필요는 없으며, 법령에서 대리인의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한 특정 안건이나 후보자를 명시하지 않은 사전적·포괄적 위임장도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리인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에 의장에게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인 위임장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집합건물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 따라 대리인 1인이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을 대리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관리규약이나 선거관리규정에서 선거운동 기간, 가가호호 방문 금지, 개인적 사문서 활용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면 이를 준수해야 하지만, 위임장을 받는 행위 자체가 곧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임이 객관적으로 입증될 때 비로소 선거운동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규약 및 선거관리규정에 포괄적 위임의 허용 범위, 위임장 양식, 선거운동의 정의 및 금지 행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