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양극성 정동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환자가 쓰러져 어깨 골절을 당하고 이후 후유증을 겪게 되자,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병원 의료진의 과도한 리튬 처방과 관리 소홀, 환자 관찰 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 병원의 환자 관찰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양극성 정동장애 및 조증 증상으로 J병원에 입원하여 리튬정을 포함한 약물 치료를 받던 중, 2019년 12월 21일 병원 내에서 쓰러져 어깨 골절을 당했습니다. 이후 말이 어눌해지고 몸의 동작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자,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리튬을 과도하게 처방하고 혈중 리튬 수치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약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병원이 환자를 제대로 관찰하고 감독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치료비, 보조구 및 개호비, 일실수입,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의료진이 원고 A에게 과도한 리튬을 처방하고 리튬 수치 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리튬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피고 병원이 환자 동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실이 원고 A의 낙상과 증상 악화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의료진의 리튬 처방 및 혈중농도 측정은 적절했으며, 혈중 리튬농도 1.5mEq/ℓ 내지 1.9mEq/ℓ 상태에서 리튬 투약을 중단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의 증상 등을 고려할 때 리튬 증량 판단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 A가 쓰러진 경위를 알 수 없어 리튬 처방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사 리튬 부작용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과관계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병원에 환자 관찰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 즉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의사는 진료 방법 선택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진료 방법만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의 전제 및 증명책임: 의료행위로 인한 주의의무 위반, 손해 발생,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며, 이는 원고 측(환자 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의료 분야의 특성상 의료 과실 외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을 통해 의료 과실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중대한 결과만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설명의무: 의사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 과정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 나쁜 결과 발생 개연성이 있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가 예측되는 의료행위와 같이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 때문이 아니거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사항이라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지급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리튬 처방이 원고 A의 낙상과 증상 악화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상황 발생 시 의료 기록부, 간호 기록지, 약물 처방 기록, 검사 결과 등 모든 의료 기록을 확보하여 의료 행위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처방받는 약물의 용법, 용량, 예상되는 부작용, 주의사항 등을 의사나 약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의약품 첨부문서를 통해 스스로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정신과 약물과 같이 혈중 농도 관리가 필요한 약물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나 새로운 증상 발현 시, 시기, 내용, 의료진에게 알린 여부 등을 상세히 기록해두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병원 내에서 환자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 특히 정신과 병동과 같이 환자의 행동 제약이나 낙상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는 병원의 환자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