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부산지역 택시회사에서 일한 택시 운전 근로자가, 회사가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피하고자 실제 근무 시간은 그대로 둔 채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공식적인 '소정근로시간'을 편법적으로 단축하여 임금을 적게 지급했다며 미지급 임금, 퇴직금 등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며, 이에 따라 2005년 단체협약상의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 월 166.66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연장·야간근로수당 및 주휴수당의 추가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고, 퇴직금은 최저임금 미달액을 반영하여 재산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회사는 근로자에게 3,733,199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택시 운전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왔습니다. 2007년 12월 27일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면서 일반택시 운송사업의 경우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이 특례조항의 시행을 앞두고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정을 통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1일 소정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 협정에서는 1일 6시간 40분이었던 소정근로시간이 2018년 협정에서는 1인 1차제 4시간, 2인 1차제 3시간 40분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원고 근로자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강행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며, 이에 따라 미지급된 최저임금, 연장·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고, 원고의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거나 기준운송수입금 미납 및 초과운송수입금에 대한 상계, 또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와, 만약 무효라면 어떤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미지급 임금, 수당, 퇴직금 등을 산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수 있는지, 소멸시효, 상계, 신의칙 위반 등 회사 측의 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3,733,199원 및 이에 대해 2020년 2월 20일부터 2022년 9월 22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피고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실제 근무 변화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단체협약은 강행법규를 잠탈하는 행위로 무효라고 판단되어, 2005년 단체협약에 명시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최저임금 미달액, 만근일 초과 근무에 대한 통상임금, 퇴직금 등의 지급 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추가 청구 및 피고의 소멸시효, 상계, 신의칙 항변은 기각되어 원고의 청구는 일부만 받아들여졌습니다.
본 판결은 택시 운전 근로자의 임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일반택시 운송사업 특례조항):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택시 기사들의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한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려는 편법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소정근로시간):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합의가 단지 형식에 불과하거나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 (단체협약 효력 존속):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 새로운 협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체결된 협약의 일부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된 경우, 종전 단체협약 중 해당 부분의 효력이 존속된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무효가 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대신 2005년 단체협약상의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 제2항 및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 (강행규정 위반 계약의 효력): 근로기준법은 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고 법정 기준으로 따르도록 규정합니다. 최저임금법 또한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부분은 무효이며, 최저임금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합니다. 이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으로, 이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신의칙) 적용의 한계: 강행규정을 위반한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을 신의칙 위반으로 배척하려면,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택시회사의 주장처럼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상임금 산정 및 퇴직금 계산: 통상임금은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합니다. 최저임금 미달 시 비교대상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액으로 증액되고, 이에 따라 통상임금도 재산정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하는데, 이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 중 미지급된 금액까지 포함하여 계산해야 합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임금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다만, 임금 지급을 서면으로 '최고'한 경우 6개월 내 소송을 제기하면 시효 중단 효과가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