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 임금 체불 직상 수급인 책임 판결

이 사건은 건설 현장에서 철근 및 형틀 공정을 담당하던 일용직 근로자들이 공사를 완료했음에도 개인사업자인 하수급인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자,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으로 인정된 주식회사 P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P가 개인사업자 O의 직상 수급인에 해당하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라 O과 연대하여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회사가 O에게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직상 수급인의 임금 지급 책임은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이 확인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자신의 귀책사유나 하도급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N): 부산 금정구 Q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철근 및 형틀 공정 업무를 수행한 일용직 근로자들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O: 건축 공사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로, 원고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했으나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 피고 주식회사 P: 철근콘크리트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O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원고들의 임금 미지급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 주식회사 R: Q 아파트 신축공사의 발주자입니다.
• S 주식회사: R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공사를 도급받은 회사입니다.
• T 주식회사 (현 U 주식회사): S로부터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았고, O에게 철근 및 형틀 공사를 재하도급 주었습니다. 이후 S가 T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피고 P와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R은 S 주식회사에게 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주었고, S은 다시 T 주식회사에게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주었습니다. T은 개인사업자 O에게 철근 및 형틀 공사를 재하도급 주었으며, O은 원고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S은 T과의 하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피고 주식회사 P와 잔여 철근콘크리트 공사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에도 O은 원고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계속 진행했으나,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의 임금을 O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O의 직상 수급인인 피고 주식회사 P에게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연대하여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하였고, 피고 P는 자신이 O의 직상 수급인이 아니거나 이미 O에게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들을 고용한 개인사업자 O의 '직상 수급인'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기존 하수급인인 T과 계약이 해지된 후 피고 P가 잔여 공사를 하도급받으면서 O과의 관계에서 직상 수급인 지위를 승계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라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 직상 수급인이 이미 하수급인에게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그 책임이 면제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주식회사 P가 O의 직상 수급인에 해당하며,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연대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 직상 수급인 지위 인정: T이 O과의 공사 계약을 정산하고 잔여 공사를 포기한 점, 이후 피고 P가 O의 요청에 따라 O 명의 계좌 등으로 공사대금을 직접 송금한 점, 피고 P가 T이 O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잔여 공사 대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O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 P와 O 사이에 T의 O에 대한 도급인 지위를 피고 P가 묵시적으로 승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2. 변제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입법 취지는 건설업에서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에게 하도급하여 발생하는 임금 미지급 위험에 대해 직상 수급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므로,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O과 연대하여 원고 A에게 3,400,000원, B에게 3,200,000원, C에게 3,400,000원, D에게 3,000,000원, E에게 2,800,000원, F에게 2,000,000원, G에게 3,600,000원, H에게 3,400,000원, I에게 3,200,000원, J에게 3,000,000원, K에게 3,200,000원, L에게 3,400,000원, M에게 3,200,000원, N에게 3,200,000원의 미지급 임금 및 2018년 11월 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 주식회사 P가 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한 개인사업자 O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O과 연대하여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 제1항: 건설업에서 공사도급이 2차례 이상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집니다.
  • 이 조항의 핵심은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 (개인사업자 O)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 '직상 수급인' (피고 P)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는 건설 현장의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영세한 하수급인이 임금을 체불했을 때 근로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특별 규정입니다.
• 제2항: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건설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P가 건설업자이므로 제1항이 직접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의 해석 및 적용: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입법 취지가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없는 하수급인에게 하도급을 주어 임금 미지급 위험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직상 수급인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거나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이 현실화되면 연대하여 임금 지급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도8417 판결 등)와 일치하는 법리입니다.

또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이 청구한 지연손해금(연 15%)이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세요.

1. 근로 관계 증거 확보: 작업 기간, 작업 내용, 근무 시간, 임금 액수 등에 대한 기록(작업일지, 출퇴근 기록, 문자 메시지 등)을 꼼꼼히 남겨두세요.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증거(입금 내역 부재 등)도 중요합니다.
2. 계약 관계 확인: 어떤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었는지, 그리고 그 업체의 상위 도급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도급 관계가 여러 단계일 수 있으므로 관련 계약서나 공사 정보를 확인해두세요.
3. 직상 수급인의 책임: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직상 수급인(바로 위 단계의 도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 지급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때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임금 체불에 대한 연대책임은 면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관련 기관 문의: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설업 관련 분쟁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상의 규정들도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