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원고들은 피고의 필리핀 자회사인 F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로서, 자신들이 피고 회사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근무했으므로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파견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피고를 상대로 직접 고용 의무 이행과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주식회사 E는 필리핀에 자회사 F를 설립하고 G조선소를 운영했습니다. 피고는 H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I와 각각 생산지원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했고, H와 I은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을 G조선소에 기술지원요원으로 송출했습니다. 원고들은 H 또는 I과 근로계약을 맺고 G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실제로는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해 근로에 종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H 및 I과 피고 사이의 용역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게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만약 직접 고용되었더라면 받았을 임금과 실제로 H 및 I으로부터 받은 임금의 차액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필리핀 법률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원고들이 근무한 G조선소는 자회사 F의 사업장이므로 자신은 사용사업주 지위에 있지 않으며 원고들에게 지휘·명령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률인지 필리핀 법률인지 여부, 피고 주식회사 E와 원고들 사이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 피고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주식회사 E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고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우선 이 사건의 준거법을 결정했습니다. 원고들과 H, I 사이의 근로계약, H, I과 피고 사이의 용역계약 모두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을 전제하고 있고 분쟁 관할 법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정하는 등 묵시적으로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도 대한민국 법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여 판단했습니다.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에 대해 법원은 다음 이유로 부정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고, 따라서 피고에게 직접 고용 의무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1.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계약의 준거법)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따라 계약의 준거법이 결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과 용역업체 사이의 근로계약서에 '대한민국 근로기준법과 관계법령'을 언급하고, 분쟁 해결 관할 법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명시한 점 등을 근거로 대한민국 법을 묵시적인 준거법으로 인정했습니다.
2.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에는 해당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의 준거법을 직접 선택하지 않았기에 그 기초가 되는 근로계약 및 용역계약의 준거법인 대한민국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 (근로계약의 준거법 예외) 당사자가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므로 이 조항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4.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근로자 파견 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법에 따라 불법 파견이 인정되면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5.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요건 (대법원 판례 법리)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상관없이, ① 제3자(사용사업주)의 직·간접적인 업무 지휘·명령, ② 당해 근로자의 제3자 사업으로의 실질적 편입 여부, ③ 원고용주(파견사업주)의 독자적 인사권 행사 여부, ④ 계약 목적 업무의 구체성과 전문성, ⑤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요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아 근로자파견관계가 불인정되었습니다.
6. 모회사와 자회사의 법인격 독립성 원칙 모회사와 자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을 갖습니다. 단순히 모자회사 관계이거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대부분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의 사업장을 모회사의 사업장과 동일하게 보거나 법인격을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거나 채무 면탈 등의 위법한 목적으로 남용되었다는 객관적 징표와 주관적 의도·목적이 인정되어야만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해외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모회사에 대한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다음 사항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