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 A씨는 복강경 충수절제술 후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결국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환자와 그 배우자는 병원이 의료과실로 인해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54세 여성)는 2019년 5월 7일 복통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복강경 충수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의식이 명료하고 혈압이 정상이었으나, 같은 날 20시 13분경 두통과 울렁거림을 호소하기 시작했으며 20시 15분경에는 의식 수준이 기면 상태로 저하되고 혈압이 150/90mmHg로 상승하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를 시도했으나 환자의 의식 저하로 진행하지 못하고 응급실로 옮겼으며 21시 40분경 기관 삽관을 마쳤습니다. 이후 22시 32분경 CT 검사 결과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22시 40분경 G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G병원에서 원고 A는 우측 경동맥 뇌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고 응급 수술 및 추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원고 A는 지주막하출혈 후유증으로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다른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출혈 의심 증상에 대한 적시 검사, 처치, 긴급 전원 조치를 소홀히 했고 설명의무 및 요양지도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A에게는 210,411,777원, 원고 B에게는 8,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충수절제술 후 원고 A에게 발생한 뇌출혈 의심 증상에 대해 적절하고 신속한 검사, 진단, 처치, 긴급 전원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뇌출혈 가능성 및 전원 필요성 등 중요한 주의사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도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감정 결과를 종합할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에 대한 검사,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료진의 행위와 원고 A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전원 과정에서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 역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 책임 인정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의료상 과실 인정 기준은 의료인이 어떠한 검사를 실시했다면 상해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검사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점(예견가능성)과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환자의 상해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회피가능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대법원 2013다26964 판결 참조).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의 상태 악화에 대해 비교적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했으며, 기관 삽관 지체 또한 급성 뇌출혈 환자의 특성 때문이라고 보아 의료상 과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인과관계 증명의 정도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로 인한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의사의 과실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과실을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7다20376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 A의 상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설명의무 및 요양지도의무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중요한 의료행위 전에 발생 가능한 위험과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의 대안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원고 측은 피고 병원이 전원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경우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수술 후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료과실이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의료기록의 상세하고 정확한 기재 여부가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의료기록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감정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의료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때는 당시의 진료환경, 환자의 특이성,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드문 질병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되면 의료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