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기타 금전문제 · 노동
농업용 토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 소유자 B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건축사 A에게 건축설계 용역을 맡겨 오피스텔 신축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강서구청은 건축허가 조건으로 토지의 원상회복을 요구했으나 B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건축허가 신청은 취하되었습니다. 이에 A는 설계 용역비 지급을 요구했지만 B는 A가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고 일방적으로 신청을 취하해 손해를 입었다며 지급을 거부하고 손해배상 및 계약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A가 설계도서 작성과 대관청 업무를 이행했으므로 계약에 따른 의무를 다했다고 보았고 건축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토지 원상회복을 하지 않은 B의 책임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B에게 A의 용역비 및 추가 지출 비용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B의 손해배상 및 계약금 반환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피고 B는 농업용 토지(답)를 주차장 영업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행강제금 부과가 예상되자, 2018년 5월 2일 건축사 A와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위한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계약에 따라 건축허가 도서를 완성하여 강서구청에 건축허가신청을 했습니다. 강서구청은 2018년 6월 28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를 지목(답)에 적합하도록 원상회복할 것을 포함하여 여러 미비 사항을 보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원고 A는 원상회복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보완 사항은 완료했으나 피고 B는 '원상회복은 어렵고 건축허가를 받으면 주차장 영업을 종료하고 공사 착공할 예정이니 원상회복 없이 건축허가 승인을 요청한다'는 답변서를 제출하며 원상회복을 거부했고 결국 건축허가 신청은 취하되었습니다. 이후 피고 B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아들, 며느리 등 가족에게 증여했습니다. 원고 A는 설계용역 의무를 이행했으므로 용역비 46,200,000원과 에너지절약수수료 845,000원을 포함한 총 47,045,000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는 A가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고 자신의 동의 없이 신청을 취하하여 이행강제금 발생 및 토지 증여로 인한 취득세, 등기비용, 양도소득세 등 315,706,350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A가 원상회복 필요성을 알리지 않아 사기 또는 착오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금 23,200,000원의 반환을 주장했습니다.
건축설계 계약에서 건축사의 업무 범위가 최종 건축허가 득득까지인지, 아니면 설계 도서 작성 및 행정 절차 대행까지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건축허가 신청 취하의 책임이 건축사에게 있는지 토지 소유자에게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주장하는 계약 취소 사유(사기 또는 착오)가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의 본소(설계용역대금)에 관한 부분 중 원고 A의 일부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B는 원고 A에게 23,94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나머지 항소, 피고 B의 부대항소 및 피고 B가 확장한 반소청구(손해배상 및 계약금 반환)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본소와 반소를 합한 소송 총비용은 피고 B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건축사 A의 업무는 건축 허가를 위한 설계도서 작성과 대관청 업무 대행을 의미하며 최종적인 건축허가를 무조건 받아주어야 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강서구청의 보완 요구 사항 중 토지의 원상회복은 건축주 B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고 B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건축허가를 받지 못한 책임은 B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건축허가 신청 취하가 건축사 A의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라 B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건축허가승인 완료 시'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불확정기한으로, 건축허가 승인이 불가능하게 확정되었으므로 용역비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B가 주장한 손해배상 청구는 건축허가 신청 취하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계약 취소 주장에 대해서는 건축사 A가 B를 기망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건축허가를 위해 원상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망행위로 볼 수 없으며 동기의 착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건축설계 용역 계약'과 관련된 분쟁으로, 계약의 해석과 이행,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3항: 이 법률은 개발행위허가를 할 때 주변 지역의 환경오염 방지, 조경, 위생, 국토 이용의 효율성 등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토지의 지목이 '답(농지)'인데도 주차장으로 사용되었기에, 강서구청이 건축허가 조건으로 '지목에 적합하도록 원상회복'을 명령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계약의 해석과 업무 범위: 도급계약에서 건축사의 업무 범위는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중심으로 해석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축허가업무'를 '관계 법령에 따라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득하기 위한 업무 중 건축허가도서의 작성 업무, 대관청 업무'로 보았습니다. 이는 건축사가 설계도서 작성 및 행정 절차를 대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며, 건축주가 해결해야 할 법적 요건(예: 토지 원상회복) 미비로 인해 최종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건축사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불확정기한의 도래: 대법원 판례(2020다293098 등)에 따르면,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아도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경우, 즉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기한으로 정한 경우에는 '불확정기한'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건축허가승인 완료 시'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건축허가 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신청 취하)에 지급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과 인과관계: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가해 행위와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 B가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가족에게 증여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세금 등을 손해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는 농지법 위반으로 인한 농지 처분 명령 때문이지 건축사 A의 건축허가 신청 취하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사기 또는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 민법상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중요한 부분에 대한 기망이나 착오가 있어야 하며, 특히 동기의 착오의 경우 그 동기가 계약 내용으로 포함되었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가 피고 B에게 원상회복 없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기망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원상회복 과정은 건물 신축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A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건축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는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 한계를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건축허가 승인 완료'와 같이 조건부로 보이는 문구가 있다면 그 의미와 책임 소재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구는 허가 득득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완료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며, 허가가 불가능하게 되는 시점에 용역비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토지 소유자는 자신의 토지가 지목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면 관련 법규(예: 농지법, 국토계획법)를 미리 확인하고,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상회복 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등 행정적인 부담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담은 일반적으로 건축주의 책임이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건축허가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건축 허가 신청 취하와 같은 중요한 행정 절차에 대해서는 건축사와 건축주 간에 명확한 의사소통과 합의를 거쳐야 합니다. 문서화된 동의가 있다면 추후 분쟁 발생 시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경우, 상대방의 기망 행위나 계약 내용의 중대한 착오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계약을 체결한 동기의 착오는 취소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토지의 용도 변경이나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취득세, 양도소득세 등)과 법적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큰 비용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