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농업협동조합 노동조합이 L농업협동조합을 상대로 단체교섭 거부 및 단체협약 해지 통보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재심결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농협의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고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노동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인 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은 L농업협동조합이 2022년 11월 21일부터 12월 27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자신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거나 해태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섭 과정에서 농협 측 교섭위원의 문제, 타 농협 대리인 참석, 교섭 태도, 조합장 개인 일정, 교섭 절차 불이행, 일방적인 교섭 장소 및 일정 지정, 일방적 퇴장, 단체협약 해지 통보 후 불성실한 교섭, 홍보 활동(현수막)을 이유로 한 교섭 거부 등이 그 주장의 근거였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은 농협이 2022년 12월 14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 노동조합의 존립이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농협이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단체협약 만료 직후 해지를 통보했으며, 보충협약 교섭 요청 없이 해지 통보를 한 것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을 기각했고, 노동조합은 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L농업협동조합이 8차례에 걸쳐 원고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거나 해태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L농업협동조합이 원고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원고의 신청 기각)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L농업협동조합의 단체교섭 관련 행위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단체협약의 개정 필요성이 인정되고 교섭 일시 및 장소에 대한 이견이 있었으나, 일부 교섭이 진행되었고 단체협약상 교섭 방식이 명확하지 않은 점, 그리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서 교섭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지 농협이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했습니다.
또한, 단체협약 해지 통보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해당 단체협약이 장기간 자동갱신되어 개정 필요성이 있었고, 농협이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라 적법하게 단체협약을 해지 통보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단체협약 해지 통보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이 제한되더라도 노동조합법에 따른 기본적인 조합 활동과 단체행동권은 여전히 보장되며, 개별적인 근로조건은 근로계약 내용으로 남아 유효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농협의 행위에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의 여러 조항이 관련되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단체교섭 거부·해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등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교섭권자, 교섭 시간·장소, 교섭 태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며,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L농업협동조합은 단체협약 개정의 필요성이 인정되었고, 교섭 일시와 장소에 대한 이견이 있었으나 일부 교섭이 진행된 점, 그리고 양측의 현격한 의견 차이로 교섭이 성과를 얻지 못한 점 등이 고려되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러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려면 사용자에게 지배·개입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모든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검토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L농업협동조합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거나 활동을 제약하려는 지배·개입의 의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법 제32조 제1항, 제2항, 제3항(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및 해지):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증명책임: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심리를 다했음에도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노동조합 측이 부담하게 됩니다.
단체협약을 갱신하거나 해지할 때는 관련 법규정을 정확히 확인하고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는 단체협약에 효력 존속 조항이 있더라도 일방 당사자가 6개월 전 통고로 해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강행규정이므로, 이를 배제하는 합의는 무효입니다.
단체교섭 거부·해태 여부는 단순히 교섭이 불발된 횟수만으로 판단되지 않고, 양측의 교섭 태도, 교섭 시기·장소의 합리성, 단체협약 개정의 필요성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교섭 일시 및 장소에 대한 이견이 있더라도 성실하게 협의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일방적인 거부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 해지 통보가 노동조합 활동의 전면적인 제한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기본적인 단체행동권 등 조합 활동은 계속 보장되며, 임금·노동시간 등 개별적 근로조건은 단체협약 실효 후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유효합니다.
만약 사용자가 단체협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개별적인 행위를 한다면, 노동조합은 해당 행위에 대해 다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자동 갱신된 단체협약의 경우,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사용자 측에서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갱신을 요구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