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J 공동주택 신축공사의 해체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원고들)이 피고 회사로부터 임금을 직접 받지 못하고 K이라는 소개인과 L이라는 팀장을 통해 받았으며, 일부 임금이 미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임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K 또는 L을 통해 임금을 지급한 방식이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하여 근로기준법상 임금직접지급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H 주식회사는 J 공동주택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아 시공했습니다. 원고들은 K의 소개로 피고와 근로계약을 맺고 해당 현장에서 해체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노무비를 직접 지급하지 않고 K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했으며, K은 다시 원고들의 팀장인 L에게 노무비를 지급하고 L이 원고들에게 노무비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직접지급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원고 A에게 37,782,000원, 원고 B에게 14,850,000원, 원고 C에게 15,156,000원, 원고 D에게 15,336,000원, 원고 E에게 3,762,000원, 원고 G에게 5,904,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K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이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이므로, 피고가 직접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고 중간 전달자인 K과 L을 통해 지급한 방식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직접지급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중간 전달자를 통한 지급이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직접지급원칙의 취지가 임금이 근로자 본인의 수중에 들어가 자유로운 처분에 맡겨지고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자에 의한 단순한 심부름과 같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할 경우,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아도 위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K에게 노무비 집행을 위임하는 '노무비 선 집행에 관한 지불 위임 동의서'를 작성한 점, L이 원고들의 임금을 선지급하고 K이 피고로부터 받은 임금을 L에게 재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이 지급되어 왔고, 이 방식에 대해 과거 원고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별지 기재 미지급 임금을 제외한 급여는 문제없이 지급된 점, 피고는 K에게 원고들의 임금을 모두 지급했으며, 원고들은 L로부터 임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미지급 임금은 L과 K 사이의 정산 문제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가 K 또는 L을 통하여 임금을 지급한 것이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서 정한 임금직접지급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으로, 이는 임금직접지급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직업중개인 등에 의한 중간 착취를 방지하고, 임금이 근로자 본인의 수중에 확실하게 들어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임금이 제3자를 통해 전달된 모든 경우를 원칙 위반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대리 수령과 같이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직접 지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K에게 노무비 집행을 위임하는 동의서를 작성한 점,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임금을 받아왔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중간 전달자를 통한 임금 지급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임금 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되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