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강도/살인 · 노동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 B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에게 고압차단기 점검 시 1차 측 전로를 차단하고 방염 작업복을 착용시킬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공소사실이 변경되어 원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1차 측 전로를 정전해야 할 주의의무나 방염 작업복 착용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발전소 작업 방식과 안전 기준, 그리고 작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2016년 6월 3일 C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E발전소 제1호기 고압차단기실에서 고압차단기 보조접점 점검 작업이 진행되던 중, 피해자 G가 고압차단기를 인출했다가 다시 고압차단기반에 인입하는 과정에서 아크가 발생하며 폭발적인 연소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 G와 J는 화상 및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피해자 I는 심재성 2~3도 화상을 입는 중상을 당했습니다. 검사는 작업 감독 책임자인 피고인 A, B가 1차 측 전로를 차단하거나 작업자들에게 방염처리된 작업복을 착용시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고압차단기 보조접점 점검 작업 시 피고인들에게 1차 측 전로를 정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와 작업자들에게 방염처리된 작업복 또는 난연 성능을 가진 작업복을 착용시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원심 판결(무죄)을 파기하고,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A, B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고압차단기 보조접점 점검 작업 시 1차 측 전로를 차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었고, 해당 작업이 고압의 충전전로 작업으로 볼 수 없어 방염 작업복 등의 착용 의무도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의 예견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발전소에서 해당 작업 시 1차 측 전로를 차단하지 않았고, 고압차단기의 안전장치에 이상이 없었으며, 보조접점 점검이 1차 측 전로와 분리된 별도의 전원으로 가동되는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방염복 착용 의무는 사고 이후에야 마련된 지침이라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원심판결의 파기):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나 사실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사의 공소사실 변경으로 인해 원심 판결이 직권으로 파기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법원이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판결 공시):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의 신청이 있으면 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법리: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그로 인한 '결과 발생의 예견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당시의 작업 환경과 일반적인 관행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에게 사고를 예견하고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원칙: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불확실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이 적용됩니다.
산업 현장의 안전 기준은 시대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강화됩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의무가 아니었던 안전 조치도 현재는 법적 의무가 될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고압 전기가 사용되는 설비 작업 시에는 관련 법규, 제조사의 매뉴얼, 그리고 최신 안전 지침을 철저히 확인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의 위험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위험이 예상될 경우 반드시 모든 가능한 안전 조치(예: 전원 완전 차단, 개인 보호 장비 착용, 작업 절차 준수 등)를 강구해야 합니다. 설비 점검과 같이 비교적 낮은 위험으로 판단될 수 있는 작업에서도 고압 전기가 흐르는 환경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고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안전 장치가 작동하더라도 돌발 상황에 대비한 추가적인 안전 장비 착용(예: 방염 작업복, 보안경 등)은 사고 발생 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