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
주식회사 전 대표이사였던 원고 A는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배임하여 손해를 입혔습니다. 이 손해배상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원고 A는 피고 회사 주식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하고 아파트에도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원고 A는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손해배상금 4억 4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 판결도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주식근질권 설정 계약이 상법상 자기 주식 질취 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이거나, 아파트 근저당권으로 채무 변제가 충분하므로 질권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 A의 횡령·배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받은 것은 상법상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며, 아파트 담보만으로는 채무 변제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12월 21일부터 2020년 1월 29일까지 피고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회사에 횡령 및 배임으로 손해를 입혔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2019년 8월 22일 피고 회사 발행 주식 총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했습니다. 또한, 원고 A와 C가 공유하는 아파트에 대해 2019년 8월 23일 피고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채권최고액 5억 원)을 설정했습니다. 원고 A는 업무상 횡령 및 배임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 6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20년 7월 9일 확정되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 A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22년 7월 14일 4억 4,473만 3,8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주식근질권 설정 계약이 상법상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아파트 근저당권만으로 채무 변제가 충분하니 질권 계약을 해지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의 2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질권으로 취득한 계약이 상법상 제한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와 손해배상채무 담보를 위한 근저당권 설정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아 추가적인 주식근질권 설정 계약을 해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원고 A의 주위적 청구(주식근질권설정계약 무효 확인)와 예비적 청구(주식근질권설정계약 해지 의사표시 이행)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 A의 횡령 및 배임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자기 주식을 질권으로 취득한 것은 상법상 '회사의 권리 실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아파트 근저당권만으로는 원고 A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과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 전액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주식근질권 설정 계약 해지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주식회사가 자기 주식의 20분의 1을 초과하여 질권을 설정받았을 때 그 유효성입니다.
상법 제341조의3(자기주식의 질취의 제한)은 "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20분의 1을 초과하여 자기의 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받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회사의 자기 주식 질취를 원칙적으로 제한합니다. 이 규정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것과 유사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특정 목적 외의 자기 주식 취득 금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회사의 재정 상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그러나 상법 제341조의2 제2호(자기주식 취득의 제한)는 예외적으로 "회사의 권리를 실행함에 있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 조항은 상법 제341조의3 단서의 자기 주식 질취 예외 사유에도 준용됩니다.
본 판례에서 법원은, 원고 A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주식을 질권으로 제공받은 것은 "회사의 권리를 실행함에 있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담보 제공은 자기 주식 질취를 제한하는 상법 규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담보 해지 청구에 대해 채권최고액 5억 원의 아파트 근저당권 외에 2억 8,600만 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존재하고, 손해배상금 4억 4,473만 3,890원에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경우 채무액이 빠르게 증가하여 이 사건 아파트만으로는 채권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질권의 존속 기간을 피담보채권이 모두 변제될 때까지로 정한 이상, 담보 가치가 충분하다는 주장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회사의 전 임원이나 직원이 횡령, 배임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혀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될 경우,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주식근질권 설정 시 상법상 자기 주식 질취 제한 규정에 해당하더라도, 회사가 권리 실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담보 제공은 이러한 예외 사유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개의 담보를 제공한 상황에서 특정 담보의 가치가 채무액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채무가 완전히 변제되지 않은 이상 다른 담보의 해지를 자동으로 요구할 권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채권자는 설정된 모든 담보를 채무 전액이 변제될 때까지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담보 설정 시 채무액은 물론 지연손해금 등을 고려하여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채무 증가액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담보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족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