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주식회사 신한은 리비아에서 주택 및 기반시설 건설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 주식회사 하나은행은 이 계약의 선수금 환급을 위한 보증신용장을 발행했습니다.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하나은행이 이 보증신용장으로 인해 입을 손실을 보상하는 수출보증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리비아 내전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리비아 발주처는 하나은행에 보증신용장의 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전액을 지급하라는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를 했습니다. 하나은행은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사는 청구가 부적법하거나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며 거부했습니다. 대법원은 리비아 발주처의 청구가 보증신용장 조건에 따라 적법하며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하나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신한은 리비아에서 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선수금에 대한 환급 보증을 받았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하나은행이 이 보증신용장을 발행하고,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하나은행이 보증 의무 이행으로 입을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리비아 내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고, 리비아 발주처는 보증신용장의 만기 연장이나 보증금 전액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하나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공사는 발주처의 청구가 부적법하거나 권리남용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법적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리비아 개발관청의 '연장지급선택부 청구'(extend or pay demand)가 보증신용장 조건에 따른 적법한 지급 청구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해당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신한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첫째,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는 연장 또는 지급을 선택하는 형태의 청구를 허용하는 규정이 있었고,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은 없었습니다. 또한, 수익자의 단순 서면 청구를 조건으로 하면서도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이 없었으므로, 리비아 개발관청의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는 만기가 연장되지 않아 단순 지급 청구로서 적법하게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리비아 내전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었으나, 이는 이미 내전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였고 이후에도 지체보상금 면제 및 공사 재개 조건 등을 두고 다툼이 계속되었으므로, 공사 중단이 전적으로 불가항력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리비아 개발관청이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실체적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 및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신한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주식회사 하나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보증신용장(Stand-by Letter of Credit)의 추상성 및 무인성: UCP 600(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4조에 따르면, 보증신용장에 의한 보증은 수익자가 보증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지급 청구를 하는 경우, 보증신용장이 발행된 기초계약상의 의무 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수익자에 대한 보증신용장에 기재된 금액의 지급 의무가 인정됩니다. 이는 보증신용장이 원인 관계와 단절되는 '추상성'과 '무인성'을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보증신용장에 따른 지급 의무는 오로지 보증신용장 조건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2. 지급 청구의 적법 요건: UCP 600 제14조 h항에 의하면, 보증신용장에 지급 청구의 조건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러한 조건은 지급 청구의 적법 요건으로 보지 않습니다. 즉, 수익자의 단순한 서면 청구만으로도 적법한 지급 청구가 될 수 있습니다.
3.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보증신용장에 무인성과 추상성이 인정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적용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43873 판결 및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53700 판결 등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데도 보증신용장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은행 등에 청구를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습니다. 다만, 원인 관계와 단절된 보증신용장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여,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유사한 국제 거래 및 보증 관련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국제 보증신용장 거래 시에는 보증신용장의 구체적인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지급 청구 방식, 요구되는 서류, 그리고 '연장지급선택부 청구'(extend or pay demand)와 같은 조건부 청구의 허용 여부 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둘째, 보증신용장은 기초계약과 독립적인 '추상성'과 '무인성'을 가집니다. 이는 보증의뢰인과 수익자 사이의 원인 계약상 의무 불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신용장의 조건에 부합하는 지급 청구가 있으면 보증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초계약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보증 의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셋째, '권리남용' 주장은 보증신용장의 본질적 특성상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수익자가 보증의뢰인에게 실체적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그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분쟁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려면 매우 명확하고 강력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넷째, 전쟁이나 내란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및 보증 조항에 불가항력 조항이 어떻게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한 한 빨리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