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내버스 운송회사가 정년퇴직한 버스 운전기사 두 명에 대해 재고용 또는 기존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부하자, 이에 반발한 기사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기사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두 기사의 상황을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정년 후 촉탁직으로 아예 재고용되지 못한 기사 1에 대해서는 회사에 재고용 의무나 관행이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아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반면, 정년 후 1년간 촉탁직으로 근무했으나 계약 갱신이 거부된 기사 2에 대해서는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회사의 갱신 거부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여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원고인 동화운수 주식회사는 시내버스 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이 회사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였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정년퇴직자를 기간을 정하여 촉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재고용 의무를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참가인 1은 2015년 12월 15일 정년에 도달했으나, 2016년 1월 3일 원고와 2017년 1월 2일까지의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16년 12월 13일 참가인 1에게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통보하며 계약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참가인 2는 2016년 12월 13일 정년에 도달했지만,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참가인들은 원고가 자신들과의 근로관계를 부당하게 종료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들의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는 재심판정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년퇴직한 근로자에게 회사가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의무가 있는지, 또는 재고용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정년 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한 근로자에게 해당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회사의 재고용 또는 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보조참가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는 참가인 2에게 정년 후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참가인 1에 대한 부분)는 기각했습니다. 이는 참가인 1에 대한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정년퇴직 후 새로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은 엄격하게 판단하여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년 후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 근무하던 근로자의 '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은 인정될 수 있으며, 합리적인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정년 이후 고용 형태에 따라 근로자의 기대권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의 정년퇴직 후 '재고용 기대권'과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 기대권'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정년 및 재고용 기대권: 근로자의 정년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명시된 경우 유효하며, 정년에 도달하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권리는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퇴직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 실시 경위, 재고용 비율, 재고용 거절 사유 등을 종합할 때 사업장에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어 근로자가 재고용될 것이라는 '재고용 기대권'이 형성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인정됩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이러한 기대권이 인정될 때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가 종료됩니다. 하지만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 체결 동기, 계약 갱신 기준 및 실태, 업무 내용 등을 종합하여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 특히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직무에서의 연령에 따른 업무수행 능력 및 위험성 증대 정도, 사업장 내 고령자 근무 실태 및 계약 갱신 사례 등도 함께 고려하여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판단합니다.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습니다. 이때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계약 체결 경위, 갱신 제도 운용 실태, 해당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 내용 및 업무수행 적격성,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등). 이 과정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정년에 도달한 후 회사에 재고용을 요청할 때에는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재고용 의무나 재고용 절차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규정이 없더라도 회사 내에서 정년퇴직자를 꾸준히 재고용해온 관행이 있었다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 이미 고용되어 근무하던 중 계약 갱신이 거부되었다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때는 기존 계약이 갱신되어 온 실태, 계약 갱신의 기준, 담당 업무의 내용, 나이에 따른 업무능력 저하 정도, 회사 내 고령자 근무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회사가 재고용이나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거부 사유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따져보아야 하며, 회사는 거부의 합리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