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이 정상적인 결제가 불가능한 딱지어음을 마치 진성어음인 것처럼 주류 공급업체에 교부하여 양주 대금의 변제기를 연장받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기망행위로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피고인은 1999년 12월부터 '상호 생략 주류'를 경영하며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월평균 약 6천만 원 상당의 양주를 외상으로 공급받아왔습니다. 보통 주류 공급 다음 날 지급기일이 3~5개월 후인 타수어음을 교부하여 대금을 정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 4월 말경, 피고인의 총 채무액은 7억 3천1백만 원을 넘었고, 어음 부도 누적액도 1억 2천여만 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2002년 4월 27일, 5월 10일, 9월 28일경 수천만 원 상당의 양주를 추가로 공급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결제될 수 없는 액면금 5천3백만 원 및 2천만 원짜리 딱지어음을 마치 진성어음인 것처럼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 공소외 2에게 교부했습니다. 공소외 2는 이를 믿고 어음 만기일까지 채권의 행사를 유예했고, 이로 인해 피고인은 채무 변제를 연장받아 '상호 생략 주류'의 운영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원심은 이러한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상고했습니다.
정상적인 지급 능력 없이 딱지어음을 교부하여 기존 채무의 변제기를 유예받는 행위가 사기죄에서 규정하는 재산상의 이득 취득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하여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결제될 수 없는 딱지어음을 진성어음인 것처럼 교부하여 주류대금의 변제기를 연장받은 것은 그 자체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인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이를 믿고 어음상의 지급기일까지 채권 행사를 늦춘 것은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한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이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형법 제347조(사기)와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기죄의 성립 요건인 '재산상의 이익'과 '처분행위'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정상적인 결제가 불가능한 어음이나 수표를 교부하여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채무를 면하려는 행위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의 이행을 연기받는 것 자체도 재산상 이익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거래 상대방이 발행하는 어음이나 수표의 진위 여부와 지급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거래에서 부도 이력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징후가 보인다면 더욱 신중하게 거래해야 합니다. 외상 거래 시에는 상대방의 신용 상태와 지급 능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담보를 요구하는 등 채권 확보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상적인 결제가 불가능한 수단을 사용하여 채무 이행을 유예받는 경우, 사기죄의 처분행위와 기망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