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들은 동해구중형트롤어업 허가를 받은 현측식 트롤어선 4척의 공동 소유주로서, 어선의 조업 방식을 현측식에서 선미식으로 개조하기 위한 어선개조발주허가를 포항시장에 신청했습니다. 피고인 포항시장은 해당 신청이 구 수산업법 및 구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의 관련 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허가를 거부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거부 처분의 근거가 된 규정이 기본권 침해, 평등 원칙 위반,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 또는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분쟁은 1950년대 후반부터 동해안에서 시작된 새우트롤 어업이 2000년대 들어 오징어 어획량 급증과 함께 일부 현측식 어선들이 선미식으로 불법 개조하여 오징어채낚기 어선과 공조 조업을 하면서 오징어를 대량 어획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오징어채낚기 어업인들이 생계 위협을 받게 되자, 2001년 2월경 정부에 동해구트롤어선의 선미식 개조 불허를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트롤어업계와 채낚기어업계의 조업 분쟁 해결을 위해 자율 협의를 시도했으나 진전이 없자, 2001년 7월 30일 구 어업조정 고시를 제정하여 어선의 선미측에 어획물 인양을 위한 경사로 설치나 유사 시설 설치를 금지했습니다. 다만, 고시 시행 이전에 이미 선미식으로 개조되었거나 개조 중이던 선박 14척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었습니다. 이 고시 내용은 2010년 4월 28일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으로 입법화되었고, 원고들은 이 규정에 따라 개조 허가를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어선개조발주허가 거부처분의 근거가 된 규정(구 수산업법 제43조 제1항, 구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 제13조, [별표 8] 1. 나.목)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첫째, 현측식 조업 방식은 효율성과 경제성이 낮고 선박 전복 위험이 커서 어민들의 생명권, 신체 훼손을 당하지 아니할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 둘째, 선미식 조업이 가능한 다른 어업들과 2001. 7. 30. 이전에 개조된 선미식 동해구중형트롤어업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 셋째, '이와 유사한 시설'이라는 규정 문구가 불분명하여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이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어선개조발주허가 거부처분 취소 청구를 각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어선개조발주허가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어선의 선미식 개조를 금지하는 규정이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 갈등 해소라는 공익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결정이며, 어민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동해구중형트롤어업을 영위하는 어선들은 선미식으로의 개조가 계속해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구 수산업법(2022. 1. 11. 법률 제187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1항: 행정관청은 어업허가 처분 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 연근해어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과 어업의 종류 및 어선의 규모별로 조업구역, 어구·어법, 어구의 규모 및 표지 부착 등 허가의 제한 또는 조건을 붙여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어업 허가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 구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2023. 2. 3. 해양수산부령 제58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3조, [별표 8] 1. 나.목: 이 사건 규정의 핵심으로, 동해구중형트롤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에 대해 어선의 선미측에 어획물 인양을 위한 경사로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을 설치하는 개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규정은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 갈등 해소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어업 방식의 변경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헌법상 기본권(생명권, 신체 훼손을 당하지 아니할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및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 원고들은 이 사건 규제가 어민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규정이 동해구 오징어 어족자원 보호와 영세어민 생존권 보장이라는 공익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며, 어민들의 기본권을 수인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헌법상 평등 원칙 및 자의금지 원칙: 원고들은 유사한 어업 형태임에도 현측식 동해구중형트롤어업만 선미식 개조가 금지되는 것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규정이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자의금지 원칙에 따라 심사했으며, 어업 분쟁 해결, 어족자원 보호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명확성 원칙: 원고들은 '이와 유사한 시설'이라는 표현이 불분명하여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입법 취지와 규정 내용에 비추어 해당 표현이 경사로와 같이 어획물 인양을 위해 선미측에 설치된 시설임을 예측할 수 있고, 규율 대상이 다양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포괄적 규율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업 관련 규정은 수산자원 보호, 어업 종류 간의 조업 분쟁 해소, 어민들의 생존권 보장 등 복합적인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어업 방식이 효율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유리하더라도, 전체적인 어업 생태계와 공익을 고려한 규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한 유효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제도 아래에서 형성된 신뢰 이익 보호를 위해 경과 규정이 마련될 수 있으며, 이는 차별적인 취급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규제 대상 행위가 수시로 변화하는 경우,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규제 표현(예: '이와 유사한 시설')도 규제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통해 예측 가능하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나 어업 방식 도입 시에는 관련 법령과 고시, 정책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존 어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