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 기타 형사사건
피고인 A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중 D정당 소속의 국회의원 후보자 G와 같은 당 소속의 현직 군의원 및 도의원들 간의 모임을 주선하고, 이 자리에서 G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이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모임 개최 행위로 금지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통상적인 정당활동의 일환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었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벌금 8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B군 선거구에서는 기존의 C 전 국회의원이 D정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G 후보자가 새로운 후보자로 공천되었습니다. 이에 C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 당선되었던 D정당 소속의 B군 군의원 및 도의원들은 G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선거운동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피고인 A(B군수)는 2020년 4월 4일과 5일, 군의원 및 도의원들에게 연락하여 G 후보자와의 모임을 주선했습니다. 2020년 4월 5일 오후 1시 20분경 B군수 집무실에서 G 후보자와 군의원, 도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임이 개최되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피고인은 참석자들에게 "G 후보가 우리 고향의 지역 사람이고 같은 당 소속이니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도록 합시다"라고 말하며 G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G 후보자 역시 참석자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며 간담회와 선거 출정식에 참석하여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모임을 개최한 것으로 보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모임을 개최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해당하여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명했으며,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임시로 납부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모임 개최에 해당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이었던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며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비추어 실제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벌금 80만원이라는 형을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항 제1호 (카)목, 제103조 제3항 (각종 집회 등의 제한) 이 조항들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특정 모임을 개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일로부터 불과 10일 전인 선거 기간 중에 국회의원 후보자 G와 지방의원들 간의 모임을 주선하고, 이 자리에서 G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한 행위를 이 조항이 금지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모임 개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공직선거법은 선거 기간 중 이루어지는 정당법상의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 할지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하여 금지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어, 피고인의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정당행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 이익과 침해 이익 간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리고 보충성(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 등의 엄격한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수단이나 방법도 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3.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의 의미 (대법원 판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도8969 판결 등)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적극적인 의욕이나 확정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합니다. 이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후보자와의 관계, 행위의 동기 및 경위, 수단과 방법, 내용, 당시 사회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B군수라는 지위, 모임에서 한 발언 내용, G 후보자의 요청, 모임의 시기, 그리고 지방의원들의 지지가 실제 선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은 단순히 적극적인 의도뿐만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행위가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둘째, 선거 기간 중 공무원이나 정당 관계자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개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정당 활동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선거 기간 중의 활동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행위의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보호하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간의 균형성, 긴급성, 그리고 해당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보충성 등 매우 엄격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나 친목 도모 목적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넷째, 모임의 개최 시기(선거일 임박 여부), 참석자의 지위(공무원, 지방의원 등), 모임에서의 발언 내용(특정 후보 지지 요청),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선거 결과에 기여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단됩니다. 후보자가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상황이었다거나, 최종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점만으로는 법 위반 행위가 면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