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이 기업의 대출 보증을 섰다가 대위변제를 하고, 연대보증인 C에게 구상금 채권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C는 이미 자신의 부동산에 다른 채권자인 피고 A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상태였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C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한 행위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피고 A의 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 및 등기 말소를 명령했습니다.
㈜D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E은행에서 4,500만 원을 대출받았으나, 원리금 연체로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2022년 6월 30일 E은행에 보증채무 38,865,824원을 대위변제하였고, 이에 따라 ㈜D의 연대보증인인 C에게 구상금 채권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C는 이미 2021년 11월 4일 피고 A에게 자신의 여러 부동산에 대해 채권최고액 1억 3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상태였습니다. 이 근저당권 설정으로 인해 C는 채무초과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신용보증기금은 이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A와 C 사이에 2021년 11월 4일에 체결된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취소했습니다. 또한 피고 A는 C에게 해당 부동산들에 관하여 2021년 11월 4일에 마쳐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법원은 채무자 C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 A의 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본 판결은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민법 제406조를 적용했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자신의 재산을 숨기거나,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사해행위)를 하여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해당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재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으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발생한 채권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이 생길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법률관계(여기서는 신용보증약정)가 있었고, 가까운 미래에 그 법률관계 때문에 채권이 생길 가능성(고도의 개연성)이 매우 높았으며, 실제로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어 채권이 생겼다면,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 설정계약 이전에 신용보증약정이 있었고, ㈜D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줄이거나 빚을 늘려서 빚이 재산보다 많아지거나(채무초과), 이미 많은 빚을 더 심화시킴으로써 채권자들이 빚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채무자의 재산이 빚을 모두 갚기에 부족한 상황에서,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사해의사'란 채무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 그 행위로 인해 채권자들이 빚을 받기 어렵게 될 위험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특정 채권자에게만 피해를 주려 했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일반 채권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음을 알았다면 충분합니다. 이 사건에서 C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C는 이로 인해 일반 채권자를 해하게 됨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수익자의 악의 추정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그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 즉 이 사건의 피고 A)은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악의)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사해행위인 줄 몰랐다)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A는 C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도 부족하여 피고의 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황(채무 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자신의 재산으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빚을 갚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해당 계약은 법적으로 취소되고, 재산은 원래의 채무자에게 다시 돌아와 다른 채권자들이 공평하게 빚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채무자의 재산 상태, 특히 채무 초과 여부는 사해행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자신의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채무자의 사해 의사를 입증하는 책임은 채권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지만, 재산을 넘겨받거나 담보를 설정받은 사람(수익자)이 선의(사해행위인 줄 몰랐다)였다는 것은 그 수익자 자신이 입증해야 합니다. 이 경우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담보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선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이 사해행위 이전에 완전히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해행위 당시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며, 실제로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도 행사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