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 의료
의약품 제조·판매 회사인 원고는 피고 약사가 의사 동의 없이 처방전에 기재된 자사 의약품을 다른 회사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하고 환자와 의사에게 통지하지 않아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자사 의약품 공급 이익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약사의 약사법 위반 사실은 인정했으나, 해당 법 조항이 제약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약사 B는 D 의원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C약국을 운영하며 D 의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을 토대로 의약품을 조제해 왔습니다. 피고는 2018년 7월경부터 2019년 4월경까지 약 10개월 동안 의사 D의 처방전에 적힌 원고 회사(주식회사 A)의 의약품 대신 다른 회사의 동일한 성분, 함량, 제형의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 D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고 대체 조제한 내용을 처방전을 지닌 환자나 의사 D에게 즉시 알리거나 통지하지 않아 약사법 제27조를 위반했습니다. 피고는 2019년 11월 14일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이와 같은 약사법 위반 사실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의 불법 대체 조제 행위로 인해 약 10개월간 피고 약국에 자사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여 발생한 이익 손실 56,032,844원에 대해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약사가 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 의약품을 대체 조제하여 약사법을 위반했을 때, 해당 처방 의약품을 제조·공급하는 제약회사가 입은 이익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즉 약사법 위반 행위와 제약회사의 손해 발생 사이에 법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약사 B가 약사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대체 조제를 하고 그 사실을 의사나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행위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약사법 제27조의 규정이 처방 의약품을 제조·공급하는 제약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약사의 약사법 위반 행위와 원고 제약회사의 의약품 공급 이익 손실 사이에 법률상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피고가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관련 법령은 약사법 제27조(대체조제)입니다. 이 조항은 약사가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과 성분, 함량, 제형이 동일한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하려는 경우, 미리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대체 조제 후에는 그 사실을 처방전을 지닌 자에게 즉시 알리고, 의사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대체 조제한 경우에는 1일 이내에 의사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건강권 보호와 의약품 안전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상당인과관계'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가해자의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단순한 인과관계를 넘어 법적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상당인과관계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뿐만 아니라, 해당 법령의 목적과 보호 법익, 가해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침해된 이익의 성질,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이 판결에서는 약사법 제27조의 보호 법익이 제약회사의 영업 이익이 아니라고 보아, 피고 약사의 약사법 위반 행위와 원고 제약회사의 이익 손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약사가 처방 의약품을 대체 조제할 때는 약사법 제27조에 따라 반드시 미리 의사의 동의를 받거나, 동의를 받지 못했을 경우 대체 조제 후 1일 이내에 의사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또한 대체 조제한 내용을 처방전을 지닌 환자에게 즉시 알려야 합니다. 이 사건 판례는 약사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 법 조항의 목적이 제약회사의 이익 보호가 아니라 환자의 권익 보호와 의약품 오남용 방지 등에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약사법 위반을 이유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제약회사가 유사한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주장하려면, 약사의 행위가 약사법 제27조 위반을 넘어 제약회사의 영업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별도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