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이 사건은 요양병원 운영자 A와 한의사 B, C, 의사 D, E 등 의료진이 공모하여 허위 또는 과장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편취한 사기 및 의료법 위반 사건입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인 B, C이 사기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피고인 E가 허위 입원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되었으며, 법원은 일부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양형을 조절하여 원심 판결 중 일부를 파기하고 새로운 형을 선고했습니다.
한방병원 운영자 A는 한의사 B, C 및 의사 D, E 등 의료진과 공모하여, 실제 입원하지 않거나 과장된 입원 상태인 환자들에 대한 허위 진료기록부를 조직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들은 이와 같이 허위로 작성된 진료기록부를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여 부당하게 거액의 보험급여를 편취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사기, 사기방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고, 피고인들은 원심 판결에 불복하여 자신의 역할이 단순 방조에 불과하거나 허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또한, 일부 피고인들과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이유로 양형 부당을 주장하여 항소심이 진행되었습니다.
피고인 B, C, D, E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기죄의 공동정범인지 아니면 방조범에 불과한지 여부와, 피고인 E가 허위·과장 입원환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그리고 퇴사 후 청구된 요양급여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각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도 심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C, D, E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B, C에게는 각 징역 10월을, 피고인 D에게는 벌금 2,500만 원을, 피고인 E에게는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으며, 피고인 D, E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습니다. 피고인 A, F, G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 F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B, C, D, E가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 및 요양급여 편취 범행에서 단순히 피고인 A의 행위를 방조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공모하여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행을 공동으로 실행한 공동정범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의료인인 피고인 E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은 채 원무과 직원을 통해 기계적으로 처방이 이루어지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을 지속한 점은 불법 행위를 인지했거나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피고인들의 피해 회복 노력이나 범행 가담 기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양형을 조절했습니다.
본 사건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들은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이고 요양급여를 편취했으므로 사기죄의 죄책을 지게 됩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 및 요양급여 편취라는 전체 범행에 대해 공동의 의사를 가지고 기능적인 역할을 분담하여 범행을 실행했다고 보아 공동정범으로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타인의 범행을 용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행위가 범죄 실현에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 경우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 (진료기록부 등 거짓 작성 금지) 및 제88조 제1호 (벌칙):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 수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들이 실제 진료 사실과 다르게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행위에 이 법 조항이 적용되어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공소장 변경 없는 직권 심판: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고,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공소장 변경 없이도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B, C이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나, 심리 과정에서 공모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 법원이 직권으로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여 처벌했습니다.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 기록을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하게 작성해야 하며, 허위 또는 과장된 기록은 사기죄 및 의료법 위반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처방을 내리거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행위가 의료 윤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설령 병원 운영자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한 의료인 또한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며, 그 행위의 기능적 지배 여부에 따라 단순 방조범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범행으로 얻은 부당 이득을 자진하여 반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양형 결정 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