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빚을 진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 중 한 대부업자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입니다. 법원은 대부업자가 일반적인 대출 절차에 따라 거래했고, 채무자의 다른 채무 상황을 알기 어려웠으며, 담보 가치도 충분히 확인했기에, 대부업자는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채무자 C는 원고 A를 포함한 여러 채권자에게 채무를 지고 있었습니다. C는 등록된 대부업자인 피고 B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총 4억 원을 빌렸고, 이 대여금에 대해 C 소유의 부동산 3곳에 채권최고액 5억 원 및 1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이후 해당 부동산들이 경매에 넘어가자, 채권자 A는 C가 피고 B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근저당권 설정계약의 취소와 배당표 경정, 그리고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였으나, 피고 B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심이 진행되었습니다.
채무자 C가 대부업자 B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 A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 B가 그러한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대부업자 B)에게 불리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채권자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즉, 대부업자 B의 근저당권 설정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부업자 B가 채무자 C의 재산 상태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통상적인 대부거래를 통해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으므로, 사해행위의 수익자임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A는 사해행위 취소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대부업자 B는 설정받은 근저당권을 유효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사해행위 취소권'과 관련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 수익자(사해행위로 이익을 얻은 자)가 해당 행위 당시 채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선의),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보는데, 이는 사해행위로 이익을 얻은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행위가 다른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고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익자 스스로 자신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선의'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대부업자 B는 등록된 대부업자로서 통상적인 대부거래방식에 따라 대출을 실행했고, 채무자의 신용 상태나 담보 가치를 충분히 확인했으며, 채무자의 채무 초과 상태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자신의 선의를 입증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2430 판결 등)에 따르면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피고의 선의 인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