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이 사건은 전임의사 피고인 A가 2008년 9월 14일, B병원 산부인과 진찰실에서 난소 혹으로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피해자 E를 진료하던 중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전주지방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피고인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전주지방법원)은 증거 채취 과정의 문제점, 진료대의 구조적 한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는 추석날 난소 혹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B병원 응급실을 거쳐 산부인과 진찰실로 내원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난소에 약 6cm, 3cm 크기의 혹이 있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응급상황으로 판단, 즉시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수술 전 정확한 상태 파악을 위해 2차 내진을 하던 중,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했다고 느껴 진료대 커튼을 젖히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에 피해자의 남편이 진찰실로 들어왔고,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환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성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성폭행 주장의 핵심 증거인 DNA 감정 결과와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그리고 실제 진료 환경에서 성폭행 행위가 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성기를 닦은 거즈에서 피해자의 유전자형이 검출된 점, 피고인의 팬티에서 정액 반응이 나온 점, 피해자의 진술 등을 원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삼았으나, 이를 뒤집었습니다. 법원은 증거 채취 과정에서 피고인의 왼손에 묻었을 수 있는 질액이 거즈나 소독포로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의 팬티에서 나온 정액이 성폭행 과정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질액이나 음모, 생리대에서는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진료대의 구조상 피고인이 선 자세로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깊숙이 삽입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하며, 피해자가 생리 중이었음에도 피고인의 성기 등에서 생리혈이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증거 채취에 협조한 점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 진료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침착하게 대응하고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민감한 신체 부위 진료 시에는 의료진에게 보호자 동반 진료를 요청하거나, 진료 중 불편하거나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진료를 중단하고 명확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증거 채취 시에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오염 없이 진행되도록 요구하고, 가능한 한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를 상세히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신체검사와 DNA 등 감정 의뢰를 통해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진술 시에는 일관성과 구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진료 환경의 물리적 제약이나 환자의 심리적 상태 등이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